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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거울노을 2007. 1. 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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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석학,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일컫는 남자, 그러나 나와 절대로 친해질 수 없는 남자, 움베르토 에코에 관한 이야기.

 나와 에코씨의 첫만남은 대학교 1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던 나의 일과중 하나는 다른이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아무 책이나 골라잡고 읽는 것이었는데, 그 첫번째로 선택되었던건 이문열의 삼국지 10권이었고 무난히 독파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내 눈에 들어온책은 바로 <장미의이름> 이었는데, 난 그 책을 손에 잡자마자 10분도 안되어서 스르륵 잠에 빠져 버렸다. 물론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 책을 얌전히 원래의 자리에 돌려두고,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두번째의 만남은 3,4학년때의 어느 교양수업때의 일이었다. 시험대신 <푸코의 추>를 읽고 감상문을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푸코의추는 첫 장면이 박물관에서 시작되는데, 수십페이지를 지나는동안 에코씨의 박식함이 쭈욱 펼쳐진다. 한마디로 엄청난 잘난체. 그러나 아무리 읽기 싫어도 리포트는 써야 했기에 이번에는 좀 정성을 들여 읽기로 작정, 1권을 끝까지 독파했다. 그러나... 도저히 나머지 2권과 3권을 읽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두권은 동기들로부터 줄거리만 대충 전해듣고 감상문을 작성했다. 리포트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에코의 잘난척엔 치가 떨린다". 그런데, 나중에 성적표를 확인해보니 A를 받았다. 아마 강사가 내 감상문을 읽지 않았던지 아니면 강사도 나와 견해가 일치했던 것이리라. 난 내심 두번째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나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구나...'

그리고 여러해가 지나고 올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장미의이름을 손에 잡았고, 이번에는 놀랍게도 끝까지 읽었다. 상당부분을 건너뛰면서 읽긴 했지만... 그리고 얼마전에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책까지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웃으면서 아주 완곡하게 사람들을 욕하는" 내용이라고나 할까... 다 읽긴 했지만, 역시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의 맨 뒤에 있는 역자가 쓴 말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에코는 자기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을 오히려 '매스미디어의 계시에 힘입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로 여깁니다"

이 부분을 읽고나서 확실히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지식을 쌓는 이유란 것은 '그 지식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주기 위함'이지, '지식을 쌓은 사람들끼리만 히히덕거리면서 잘난체 하기위함'이 절대 아닌 것이다. 나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않고 알기쉬운 말들만으로 차분하고 조리있게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에코씨와 친해질 수 없는 이유였다. 앞으로 가능하면 에코의 책을 읽지 않으리라.

- 2003.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