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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우미

거울노을 2009. 12. 2. 16:09

서론 : 길도우미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많으면 하루에도 두번. 사람들은 나에게 길을 물어본다. 내가 무슨 밖에서 생활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으니 길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일은 별로 없는 데도 이 정도의 숫자다. 6월에 사무실을 이사했을때는 이사한 바로 그 날에도 물어봤다. 내가 제생병원이 어딨는지 어떻게 아냐고... (지금은 알지만)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아무래도 나에게는 길을 묻고 싶어지는 포스가 있는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봐야 할때에 누구한테 물어볼까 하고 고민하다 보면 저기서 걸어오는 저 사람. 그라면 길을 알려줄 수 있을거라는 느낌이 드는 바로 그러한 사람. 나에게 그런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래서 생각해 봤다. 일단 편의상 이런 느낌을 풍기는 사람,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봄을 당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  그러한 사람을 길도우미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론 : 길도우미의 조건

 그렇다면, 그런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 갖추고 있을 조건은 뭘까.

길을 물어봐야 할때가 있으면 이쁜 여자한테만 물어보는 내가 그런 조건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1차적으로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의 심정이 되어서 생각해보고 2차적으로는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은가? 아무리 길을 물어보는 게 다급한 일이라 할지라도 근처에 그 사람밖에 없는게 아닌 이상, 얘기하기 좀 그런 사람은 꺼려지는게 당연하다. 이것은 내가 이쁜 여자한테만 길을 물어보는 것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수 있는데, 이걸로 미루어 볼때 내 인상이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길을 잘 알것 같은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길을 잘 알 것 같은 사람을 어느 정도 외모로 평가할 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동네 사람 같은 외모. 아무래도 그 동네 사람이면 길을 잘 알지 않겠는가? 내가 여기서 점수를 좀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 가도 그 동네 사람같은 행색과 행동거지를 자랑하는 나는, 심지어 가게에 가면 직원으로 오해 받는 경우도 한 두번이 아니다. 가게에서는 점원같고, 길에서는 동네 주민같은 외모. 그게 나다.

 3. 잘 설명해 줄것 같은가?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길을 잘 설명해 주는 사람이다. 길을 최대한 쉽게 요약해서 모르는 사람이 찾기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내 자랑이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이러한 능력을 어떻게 간파해내서 나에게 말을 거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인지도.


결론 : 길도우미는 많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나밖에 없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길도우미들은 곳곳에 널려있다. 그러므로 길을 찾는 사람들이여, 모르는 길을 혼자서 힘들게 헤쳐나가려고 하지 말자. 바닥만 보지 말고, 눈을 들어 주위의 사람들을 보라. 그리고 당신에게 길을 알려줄 것 같은 사람, 그 사람을 찾아서 말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