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scribable Place
여름 나기 본문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뚝뚝 떨어지는 요즘같은 날엔, 모름지기 1.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2. 가장 편안한 자세로, 3. 온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져 있는 것이 훌륭한 여름나기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화장실에서의 볼일을 보는 순간은 1.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는 곳에서, 2. 옴짝달싹 못하는 자세로, 3. 힘을 주고 있어야 하므로 여름나기에 매우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화장실에 많이 들락거리게 될만한 음식들을 찾게 되니, 당장 그것들을 먹을땐 시원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중엔 최악의 여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탈이라도 나는 날엔 하루에 서너번씩.
그러므로 여름에 지친 사람들이여, 화장실을 멀리하자. 밥은 하루에 한끼만. 소화하기에 부담이 없는 것들로. 폭식하지 말것이며, 찬것도 되도록이면 먹지말자. 이 기회에 무언가 하나 주제를 정해서 단식투쟁을 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살도 빠지고, 일석 삼조쯤 되지 않을까 싶다. 구호는 '여름태양이여 물러가라~' 정도가 어떨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여름이 아닐때는 더없이 편하고 자유로운 저 좁은 공간을 되도록 멀리해야 된다는 것.
20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