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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우승에 부쳐...

거울노을 2007. 7. 6. 11:28
2004.10.30

 평소 MLB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상당수마저 이제는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스턴 레드삭스가 드디어 우승했다. (이 글을 쓴 이후에 Fever Pitch 라는 영화가 나와서, 보스턴의 우승은 좀더 유명한 사실이 되었으리라)

 때는 양키스와의 ALCS 4차전. 보스턴은 홈에서 3차전을 패배함으로써 시리즈 전적은 3-0으로 몰렸고, 4차전은 앞서가다가 4-3으로 역전을 당한상태. 그리고 9회말, 양키스의 마운드에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 괴물투수는 1997년에 양키스의 풀타임 마무리투수가 된 이후에 계속 9회의 마운드를 지켜왔고, 통산 포스트 시즌 방어율이 1점이 안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2003년 시즌까지 포스트시즌에서의 BS는 단 1개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 1개의 BS는 김병현의 애리조나가 우승할때의 그 7차전에서의 BS가 아닐까 싶다)

 이 경기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밤비노의 저주를 떠올렸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까지도. 그러나 보스턴의 선수들은, 감독이하 코치진들은, 그리고 관중석에서 'We still believe'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관중들은, 아마도 그 저주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첫타자인 케빈 밀라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데이브 로버츠가 대주자로 나갔다. 데이브 로버츠는 올시즌을 엘에이에서 시작했고, 보스턴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33도루를 기록하는 동안 도루실패는 하나밖에 없었다. 도루 실력 하나는 끝장이었으나, 2할5푼의 타율과 3할4푼의 출루율은 톱타자로는 아쉬웠던 선수. 한마디로 도루요원인 셈이었다.

사실 나는 이해가 안갔다. 무사1루라면 당연히 보내기 번트를 해야할 상황...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해야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로버츠는 그 몇번의 견제를 이겨내고 기적처럼 도루를 성공했다. 그리고 로버츠가 도루를 성공하는 그 순간부터 저 밑바닥에서 뭔가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무언가가. 미묘하게 흐름이 바뀌고 있었고, 빌 밀러는 바로 멋지게 안타를 쳐서 로버츠를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었다. 사실, ALCS의 MVP는 데이브 로버츠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계속된 연장에서 오티즈의 끝내기홈런.. 레드삭스의 선수들과 관중들은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것처럼 환호했다. (단지 3패로 뒤지던 시리즈를 1승3패로 만들었을 뿐인데) 하지만 정말로 그때, - 지금 생각해보면 - 그들은 월드시리즈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만큼이나 기뻤으리라.

 그리고 보스턴은 내리 5,6,7차전을 거짓말처럼 이겨서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우승...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경기 이후의 나머지 경기들은 희미하다. 4차전과 비슷하게 연장에 들어가서 오티즈의 적시타로 승리했던 5차전만이 약간 기억에 남을뿐이다. 20년쯤후의 내 기억속에서는 그 4차전의 승리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게 만약 영화의 스토리였다면, 만화였다면, 보는 우리들은 한마디씩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너무한거 아니냐. 너무 스토리가 어거지다...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오래전의 옛날이나 먼 훗날의 일이 아닌 현실이다. 그 어떤 드라마도 따라올 수 없는 현실, 바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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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e Roberts's steal in the ninth inning of Game 4 vs. the Yankees kept the Sox' season alive. (Globe Staff Photo / Stan Grossf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