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scribable Place

디플로머시<Diplomacy>의 흔적 본문

GAME

디플로머시<Diplomacy>의 흔적

거울노을 2007. 9. 1. 14:05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브다이스의 이미지를 퍼왔습니다


 멋들어진 유럽의 지도와, 깔끔한 미니어쳐 덕분에 디플로머시는 전쟁게임으로 인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플로머시는 전쟁게임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의 100% 협상게임인 것이다. 동맹, 신뢰, 그리고 배신 이 모든것을 밤새도록 반복하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7인까지 가능한 (그리고 7인플을 권장하는) 이 게임은 밤새도록 하지 않고서는(밤새도록 하더라도) 끝을 보기 어려운 특성상,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두턴씩 진행하는 형식으로도 많이 플레이된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사이트도 많다.

 예전 글을 뒤지다보니, 싸이월드의 보드게임 동호회에서 한팀을 5인으로 구성해서 35명가량이 이 게임을 몇주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쓴 글을 읽다보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그때 쓴글을 몇개 여기에 옮겨보려고 한다.

=-=-=-=-=-=-=-=-=-=-=-=-=-=-=-=-=-=-=-=-=
권고문

친애하는 죠르즈 클레멩소 대통령 각하.

1902년 가을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사태에 대하여 존경하는 저희 국왕폐하와 여왕폐하께서는 심히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셨습니다.

벨기에를 접수하려는 야욕을 드러낸것도 모잘라, 영국해협에 함대를 진출시켜 영국의 함대를 공중분해시킨 프랑스의 전술은 참으로 놀라왔다고 할만 하겠습니다만, 이로 인하여 역시 영국과 프랑스는 공존할 수 없다는 의식이 저희 영국 국민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이러한 의식이 모든 영국 국민들의 분노로 바뀌기 전에, 현재 영국 해협에 진출해 있는 프랑스 함대의 방향을 돌려서 본국의 번영에 힘쓰시기를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프랑스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 각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영국 수상 베컴3세
=-=-=-=-=-=-=-=-=-=-=-=-=-=-=-=-=-=-=-=-=

 설명을 하자면... 본인은 영국을 플레이하고 있었고..(베컴3세는 내맘대로 닉네임-_-) 우리 영국의 초반 전략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점령하고 러시아쪽을 견제하는 것. 근데 그 와중에 프랑스가 우리 뒤를 노렸던 것이다. 어차피 다음턴부터 당장 전열을 재정비해서 프랑스쪽을 방비해야 하는데, 뭐라고 한마디가 하고 싶었던 거다. 저런 말을 썼다고 해서 프랑스측이 눈하나 깜짝할리는 없지만, 게시판의 활성화와 재미를 위해서랄까.. 저런 말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고 말이다. 자 또 하나.

=-=-=-=-=-=-=-=-=-=-=-=-=-=-=-=-=-=-=-=-=
권고문

친애하는 죠르즈 클레멩소 대통령 각하.

1904년 봄에 Irish 해협으로 전진한 프랑스 함대를 놓고, 존경하는 저희 국왕폐하와 여왕폐하께서는 한마디 하셨습니다. '허, 이런...' 이것은 심히 언짢음을 나타내는 말씀으로, 미천한 저 베컴수상으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바입니다.

프랑스 측에서는 영국이 독일과 협공을 하니 이렇게 할수밖에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오해라고 밖에 영국은 할말이 없습니다. 여태껏 영국은 프랑스를 공격한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프랑스 함대의 퇴로차단으로 영국 함대가 장렬히 해산된 적이 있었지요.

그 후에 저희 영국은 오히려 관대하게도 영국해협에 진출해 있는 프랑스 함대가 퇴각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프랑스 함대는 물러날 기미가 없기에, 영국은 자국 방어의 일환으로 프랑스 함대를 영국해협에서 밀어낸 것입니다. 물론 미약한 영국의 힘만으로는 할수가 없기에, 독일의 힘을 빌려서 했지요.

그러나 이제 프랑스는 Irish 해협으로 진출하여 영국의 본토를 노리려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천인공노할 일이 아니라 할수가 없지요. 하지만 저희 영국 왕실에서는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말하고 계십니다. 프랑스 함대의 방향을 돌려 자국 안위에 힘쓴다면, 이전의 권고는 유효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영국 본토를 하나라도 건들시에는, 영국에 대한 프랑스의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영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지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만 남긴채 모든 함대를 프랑스쪽으로 향할 것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프랑스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 각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영국 수상 베컴3세.
=-=-=-=-=-=-=-=-=-=-=-=-=-=-=-=-=-=-=-=-=

 이것도 말은 길지만 내막은 이렇다.. 앞서 프랑스에게 뒷통수를 당한 대비로, 이웃나라인 독일과 힙을 합쳐서 프랑스를 몰아내기로 했던 것이다. 땅은 나눠먹기로 하고... 그리하여 프랑스와 밀고당기기를 하다가 프랑스 함대가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들어오게 되어서 한마디 한것이라고나 할까...

=-=-=-=-=-=-=-=-=-=-=-=-=-=-=-=-=-=-=-=-=
선언문

친애하는 빌헬름2세 독일황제시여.

1904년에 있었던 영국 제 4함대의 kiel 점령건에 대해서 저희 영국 왕실 및 저 수상 베컴3세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독일측에서도 마찬가지의 감상을 가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유럽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했던 양국에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영국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임한지 얼마 안되었던 4함대 함장 윌리엄 경의 독단적인 행동임이 밝혀졌습니다. 공을 세우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르고 만 것이지요. 윌리엄경은 바로 파면되었으며, 함장대리 새뮤얼경이 지휘하고 있는 4함대는 즉시 kiel에서 물러날것을 독일 황제에게 약속드립니다.

이익보다 명분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저희 영국에게 이번 사건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모두 비통해 하고 있으며, 런던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희생된 kiel의 주민들을 위한 촛불위령제를 지내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것으로 상처입은 독일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긴 어렵겠지요. 다만 양국의 우호관계에 금이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입니다.

영국 수상 베컴 3세.
=-=-=-=-=-=-=-=-=-=-=-=-=-=-=-=-=-=-=-=-=

저건 아마 독일과 영국 양국간에 의사소통이 영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독일의 중요 지역을 점령해버린 사건에 대한 변명이다. 비열한 배신을 미화시키는 저 화려한 미사여구. 이때부터 독일의 국력은 쇠퇴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와는 당분간 휴전상태로...

=-=-=-=-=-=-=-=-=-=-=-=-=-=-=-=-=-=-=-=-=
성명서

 나는 평화로 가득찼던 유럽을 기억합니다. 뛰노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봄을 지나,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에 땀흘려 일하던 사람들. 가을이면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던 들판, 그리고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 겨울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훌륭한 문화를 꽃피우려 노력하던 그 시절들을...

 그러나 신대륙에 대한 유럽 제국 열강들의 점령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왔던 유럽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습니다. 각국의 이익만을 위해 이리 뭉치고, 헤어지고, 저리 뭉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온 유럽은 동서로 쪼개지고, 남북으로 갈라졌습니다.

 가까운 예만 보더라도 탐욕스러운 세 나라에 의해 이탈리아가 산산히 찢기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이좋게 지내야 할 영국의 이웃 두 나라는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평화롭게 만들려던 대영제국의 순수한 의도마저도 왜곡되고 변질되어 러시아와 의미없는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영제국은 유럽의 평화를 위해 모든 국력을 총동원 할것을 결심하였습니다. 이러한 영국의 의지에 반대하는 국가는 통일 유럽의 깃발을 세우는데에 방해요인으로 간주할 것이며, 무력시위도 불사할 것입니다. 운 나쁘게도 첫 희생양이 된 독일 국민들에게는 미안한 마음 금할길이 없습니다. 유럽의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참고 견뎌주시기를 바랄뿐입니다.

 설령, 유럽의 모든 국가가 영국에 반대한다고 해도 영국은 끝까지 전 유럽의 평화를 위한 험한 가시밭길을 헤쳐나갈것입니다. 신이여 굽어 살피소서.
=-=-=-=-=-=-=-=-=-=-=-=-=-=-=-=-=-=-=-=-=

이제 국력을 키울대로 키운 어느날, 유럽정복에 나설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유럽 전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글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유럽각국을 침략하겠다는 뭐 그런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수십명의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임의 특성상 흐지부지 되어버린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런 옛날글을 읽다보니, 친구들 7명쯤 모여서 주말에 밤새면서 디플로머시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