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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우츄프라카치아

거울노을 2007. 4. 3. 10:55
의외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나는 메모라는 것을 종종 하는 편이다. 물론 나의 귀찮음이 메모장을 갖고 다니게 그냥 둘리는 없고, 핸드폰의 메모기능을 활용한다. 가끔씩 생각나는걸 적어뒀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을때 한번씩 들춰보곤 하는 것. 오늘 핸드폰을 열었더니, '유츠프라카치아' 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이것은 몇달전에 박수홍군이 '야심만만'이라는 프로에서 클로징멘트를 하면서 소개했던 식물의 이름이다. 그 식물의 특징이, 너무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서 메모를 해두었던 것. 바로 검색을 시작해보았다. 1차결과는 이런 식물은 없다는 것이다. 나만 그 프로를 본게 아니었기 때문에, 국립식물검역소 라든지 믿을만한 식물업계의 홈페이지에 문의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식물은 없다는 답변이었다. 역시 그런가.. 하고 검색을 계속하여, 이 글의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그 식물의 이름은 '유츠프라카치아'가 아니라 '우츄프라카치아'라는 놀라운(-_-) 결과를 얻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츄프라카치아는 김하인 이라는 작가의 2001년작 산문집 <허브를 사랑하나요>에 소재로 나왔고, 2003년작 <우츄프라카치아>에 나온 식물이다. 그리고 그 산문집에 나온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다.


"우츄프라카치아... 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랍니다. 누군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부터 시름 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는 식물입니다. 결벽증이 강해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식물. 이 식물을 연구한 박사가 있었는데, 몇십년을 연구하고 연구하고 또 그만큼 시들어 죽게 만들었답니다.

결국 박사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시들해져 죽어버리는... 그러나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구 만져줘야만 살아갈수 있다 합니다. 한 없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 아니, 오히려 한 없이 고독한 식물이 아니었을까.

당신은 누구의 우츄프라카치아 입니까. 혹은 누가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 입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다는것. 또는 누군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엔 그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 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이 어느날 사라졌을때 그제서야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것.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이제 그런것들을 찾아서 좀 더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를 위해서, 혹은 당신을 우츄프라카치아로 둔 누군가를 위해서"


이 식물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지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정도만 알게되면 이제 중단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_- 그리고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이 또 있는 것이다. 결국 조사를 계속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우츄프라 카치아를 미모사라고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지는 않다고 하네여... 미모사랑은 틀리답니다.. 그럼 김하인씨는 우츄프라 카치아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 그런 점이 궁금한데..

'10여년전 김하인 씨가 강원대 도서관에서 리더스 다이제스트 식의 작은 책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내용중에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자생하는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을 한 식물학자가 발견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플래시 내용과 같은 기이한 특성을 가진 이 식물의 발견을 학계에 보고 했지만 비웃음만 샀다는 줄거리입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던 우츄프라카치아 라는 식물은 전세계 식물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식물이고 어떤 식물 도감에도 나와있지 않은 증명되지 않은 식물이라는것입니다. 물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우츄프라카치아의 사진도 모두 가짜 입니다. 실물이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여.."


결국 모든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하인씨는 미모사라는 식물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보았고(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사람과 닿기를 꺼려하는 그런 현대인들의 모습), 자신의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 우츄프라카치아 라는 식물을 만들어 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고, 김하인씨가 그 책자에서 이 식물에 대한 내용을 봤던것은 사실이며, 정말로 아프리카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린왕자의 여우처럼 자신을 길들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말이지.
20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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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미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