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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력

거울노을 2007. 4.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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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나라는 녀석을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해 본다면, 아주 달변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술자리에서 어느정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들어 줄 정도로는 말을 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 농담도 하고, 가끔은 뜽금없는 얘기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의 화제전환에도 능숙한 편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이런 능력을 망상력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데 결국은 망상에 그치고 말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내 머리속의 모든 데이터들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서(網狀) 주위의 다른 데이터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는 기분이 들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머리속의 구조는 이렇다. 누군가 키워드를 하나 던지면, 그 키워드가 저장된 공간의 주위에 조금이라도 연결이 되어있는 기억들이 수면위로 동시에 쑤욱 하고 올라오는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재빨리 검사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고르고 나머지는 물밑에 가라앉힌 뒤, 고른 얘기를 슬쩍 꺼내기 시작한다.

단어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면에도 비슷한 습성이 있어서, 무언가를 보면 항상 닮은 다른 무언가를 연상하고야 만다. 때문에 처음 보게 된 사람도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처음 본 아가씨에게 '제가 아는 누구랑 닮으셨네요' 하고 말하면 작업이 아니다.-_- 내 머릿속 구조가 그렇단 말이다.

이런 현상은 급기야 요즘 '브레인 서바이버'의 마지막 단계를 보면서도 작용하는데, 그 헷갈리게 배열되어 있는 단어들을 보면서 나는 그 안에 있지도 않은 온갖 단어들을 연상해버려서 결국 대부분의 경우 정답을 맞추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뭐 늘 그렇듯이, 그렇다는 이야기.

2004.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