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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게임에 대하여

거울노을 2007. 4. 28. 01:04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보드게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이것은 내가 스타를 접었던 이유와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 막상 이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이미 이곳에 오래전에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안보이는 것이, 그냥 내 마음속 어딘가에 적어버리고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예전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을 무렵, 1997년쯤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나는 첫번째로 취직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회사직원들과 또는 여러 배틀넷 사이트에서 스타에 전념하고 있었다. 당시에 유행했던 것은 4:4 플레이이고... 맵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B to B 라는 맵이었는데, 4대4 플레이에 최적화 되어 있는데다가 발전을 거듭하여 V1.7 정도까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단축키를 하나하나 다 외우고 빌드오더를 연구하며 매일매일 전념하던 나에게 다가온 장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마우스 조작이었다. 나는 이런 세밀한 조작을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그룹지정, 위치지정 등의 단축키까지 빠르게 사용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나는 회사직원중에 마우스 조작이 빨랐던 디자이너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당시의 나에게 마우스 클릭 연습 프로그램을 매일매일 하며 기술을 연마할 열의같은건 없었고, 나는 나의 그런 한계를 깨달은 순간 스타를 접고 말았다. 이따위 게임, 길어야 3년이야! 라고 외치며...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미스였고,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는 현재까지도 그다지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새로운 패치도 나오고-_-;;; 그렇다면 내가 그때 스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냐하면 그건 아니다. 아마 그후에 어떻게든 다른 게임에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나와 RTS와의 궁합은 거기까지라는 것을...

그 후의 나는 아마도 내가 좋아했던 원래의 장르인 RPG에 한동안 빠져지냈던 것 같다. 이 역시 액션성이 적은 정통RPG를 말한다.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는 그런...

그렇게 지내던 2002년말. 나는 드디어 보드게임에 접하게 되었고, 이것은 정말 나와 딱 맞는 장르의 놀이였다.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 나의 적당한 말빨로 게임에 약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점.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특징이 나의 마음을 빼았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요즘 한동안 바빠서 보드게임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이고... 아마 나는 앞으로도 쭉 보드게임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p.s. 주위 사람들에게 보드게임을 알려주면서 느낀건데, 나라는 사람은 그런걸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도 좋아하는듯 하다. 예전에(아마 고등학교시절) 어머니가 나의 진로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버지를 닮았으면 선생이 적성에 맞을 것이니라"고 한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정도는 맞는다는 생각. 뭐 후회하는건 아니고.^^;

20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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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싸이월드 보드게임 동호회의 이미지를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