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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한철

거울노을 2007. 8. 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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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돌아보면 감동은 여러 곳에 숨어있음을 발견한다. 가까운 벗의 눈물겨운 순진한 사랑에 뭉클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TV가 소개해주는 일반인의 휴먼스토리에 콧잔등이 시큰해짐도 느낀다. 최근 5곡을 담은 미니앨범 ‘오르가닉’을 발표한 가수 이한철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 주목했다.

이한철은 자신의 가까운 일상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보니 감동이 더욱 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노래로 만들었고 노랫말을 작곡과 거의 동시에 썼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을 노래로 옮기다보니 반주도 소박하게 기타와 베이스, 드럼 세 가지 악기로 미니멀하게 만들었다. 반주가 화려하면 일상의 감동을 그대로 전할 수 없을 듯했기 때문이다.

2번 트랙 ‘도은호의 사랑’은 자신의 밴드 베이시스트인 도은호가 일본인 여자친구와 만들어가는 순진무구한 사랑에 감동을 받아 즉석에서 만든 곡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후쿠오카 공연 당시 도은호는 현지 코디네이터 야마시타 노리코 씨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데이트 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잊지 못하고 한 포털사이트의 자동번역기가 만들어주는 문장으로 이메일을 교환하며 사랑을 만들어갔다.

이한철은 일본 공연 직후 서울 대학로 SH클럽에서 벌인 ‘버드락’ 공연 대기실에서 사랑에 빠진 도은호를 보며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만들어 흥얼거렸고, 본 공연 무대에서 즉석에서 가사를 붙였다.

이한철이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도은호의 사랑을 관객에 들려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약속된 레퍼토리에 없던 곡을 부르자 밴드들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객석의 대부분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내가 예정에도 없던 노래를 갑자기 부르자 연주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는데, 무대가 감동적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 이런 것이 감동이구나 생각했어요.”

4번 곡 '슈퍼스타' 또한 일상의 감동을 담은 곡이다.

한 지방 고교야구 선수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무작정 상경했다가 우연히 이한철의 집에 머무르게 됐다. 이한철은 자신의 녹음실을 구경시켜주고 방송국에서 연예인들을 소개시켜주며 자신의 인생을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어느 날 고교야구선수는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이에 대한 답가 형식으로 ‘당신이 유명 야구스타가 되고, 내 노래가 크게 히트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을 즐기자’는 내용을 담았다.

‘바티스투타’는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이자,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장기영이 기르는 애견의 이름으로,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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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은 94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껍질을 깨고’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은 이후 이한철 개인으로 두 장의 앨범, 장기영과 지퍼를 결성해 한 장, 록 밴드 불독맨션으로 세 장을 발표하며 모던록에서 펑크, 테크노, 헤비메탈, 라틴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한철이 8년 만에 다시 내놓은 솔로 음반에는 전작들의 화려하고 강렬한 쇳소리는 없고 따뜻한 기타 줄의 튕김과 드럼의 부드러운 두드림 뿐이다.

“불독맨션 시절에는 외국의 음악을 국내에 소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주위를 보니 감동이 꽤 많더라구요.”

데뷔 이래 7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음반마다 조금씩 다른 장르를 선보여왔을 만큼 음악적 욕심과 능력이 컸던 이한철은 대중이 듣는 취향이 달라지듯이 만들고 부르는 사람의 취향도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다양한 음악, 다양한 밴드를 해본 결과 이한철이라는 가수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스스로 포맷한다는 의미도 강조했다.

타이틀곡은 ‘Fall in love’로 지난해 봄 전국의 안방시청자를 사로잡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삽입음악으로 쓰였던 곡을 멜로디를 보강하고 가사를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이한철은 지난 2000년 ‘튜브앰프’라는 레이블을 만들고 직접 음반을 제작해왔다. 앨범 재킷사진은 최근 아스트로비츠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bk!가 사진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으며, 록밴드 노브레인과 힙합가수 데프콘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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