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scribable Place

달 본문

WORK/ㄱㄴㄷㄹ

거울노을 2007. 9. 28. 11:28

 그는 가만히 누워서 그게 언제적 일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대충 2주전의 일이었다. 그가 새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괜찮은 집이었다. 대중교통도 가까운 편이고, 볕도 잘 들었다. 가격도 그만하면 적당했다. 그는 당장 전세계약을 하고, 이사를 마쳤다. 방은 최대한 심플한 컨셉으로, 거의 장식을 하지 않았다. 그림이 멋진 달력 하나 정도. 블라인드도 달지 않았다. 창문 바깥은 탁 트인 공간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새집에 적응을 했고, 그 다음 일주일은 회사에서 계속 야근을 했다. 집에는 잠시 들러서 옷만 갈아입는 정도. 오늘에야 겨우 짬이 생겨 집에와서 자리에 눕게된 그는, 아무래도 블라인드를 달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달이 밝았던 것이다.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더할나위 없었으나, 잠을 자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맑은 날 잔디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고 햇볕을 눈꺼풀 위로 느낄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낮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저 보름달이 만면에 사악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그는 잠을 포기하고 노트북을 켰다. 뭔가 지루한걸 찾아내 보려는 심산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 정도의 지루한 것을. 그가 습관처럼 들리는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글은 '너무'라는 단어에 관한 글이었다.

"<너무>는 부사로서 '정도에 지나치게' 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

 글을 다 읽고 난 후 그는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달이 너무 밝다'. 그리고 갑자기 호기심이 동한 그는 자세를 잡고 비슷한 다른 사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창문밖에서는 어느덧 달이지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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