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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거울노을 2012. 11. 10. 00:21

1. 아무리 헤헤거리고 다니는 사람이라도 다 고민은 있고,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리라. 오히려 진지한 면을 감추고 즐거운 면만 밖으로 보여주는건 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겉으로 보여주는 면만 보다보면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잊고 그 사람을 가벼운 사람으로 대하기 마련. 어쨌거나, 내가 그녀를 잠시나마 좋아했던건 아마도 그러한 면이 맘에 들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거의 항상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나랑 비슷한, 그러한 면. 얼마전에 만난 그녀는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다행이다. 2012-10-29 00:20


2. 후천적으로 얻어내지 못한, 그 사람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을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 건 안된다고 생각해왔고,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노력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인간이 세운 대부분의 원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인듯. 안타깝다. 2012-11-05 15:00


3. 묻어야 하는 마음이 담긴 단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묻는 법을 몰라서, 평소 다니던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 단지를 버려둔게 전부다. 다음에 그 길을 지나다가 그 단지를 발견하고는, 단지를 열어보고는, 눈물을 흘린다. 그 단지에, 그 마음 위에 눈물을 더하고, 모퉁이를 한번 돌아간 후 단지를 내려놓고 돌아선다. 그렇게 매일매일 반복한다. 단지까지 도달하는 길은 매일 길어지고, 매일 복잡해진다. 4,5개월이 지난후에는 이제 그 단지까지 매일 도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두어달이 더 지나자, 그냥 단지를 지나치는 날이 더 많아진다. 아직도, 그 단지가 어디있는지는 알고 있다. 며칠전에 확인한 그 자리에서 몇걸음 더 들어간 그 곳에 있을 것이다. 내가 매일 다니는 길에서는 멀리 떨어져있지만, 시간을 들여 찾아가려고 들면 찾아갈 수 있는 그 자리. 아마 완전하게 그 단지를 잃어버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그렇게, 그런 식으로,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곳,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옮겨지는 것일 거다. 2012-11-1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