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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거울노을 2014. 6. 5. 14:59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트콤인 프렌즈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 모니카의 직장 동료중에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모니카가 그 사람 얘기를 하면서 제일 재밌는것 같다고 하니까 챈들러가 이에 자극받아서 억지스런 농담을 계속 하는...


나는 보통 프렌즈를 볼때 챈들러와 로스에 반반정도로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는데, 이 에피를 볼때는 거의 백퍼센트에 가깝게 챈들러에 이입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일상에서 웃기는 사람들은 보통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실속이라는게 그러니까, 개그맨들 정도로 웃기지 않는 다음에야 그냥 모임을 활기차에 만들어주는 역할일 뿐이고 정작 사귀는건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그런 경우들을 얘기하는 것. 암튼 이 실속에 대한 의미를 딱히 논하려는건 아니다. 단지 나는, 농담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실없이-가벼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풍조에 대해서 평소에는 개탄하다가도 막상 내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저 에피소드의 챈들러 같은 행동을 하곤 하는 것이다.


요즘에 적중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들을 자주 듣다보니 (사실 다른 모임들에서는 듣지 않는 얘기지만 어쨌든)  그게 너무 신경쓰여서 평정심이란 것을 잃은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를 생각해서 하는 얘기일텐데, 농담반진담반일텐데, 그래도 들을 때마다 너무 신경이 쓰이고 생각이 엄청 많아진다. 난 프로개그맨도 아닌데 왜 그런얘기를 들어야 되는가 하는 생각부터, 왜 적중도가 떨어진걸까 어떻게 하면 올릴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가 자책하기도 하며, 요즘에 삶에 치여서 그런건가, 감수성이 떨어진건가 등등... 


사실 농담을 하는 사람은 본인이 그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그 판단을 어떻게 해서 적중을 올릴수는 없다. 물론 농담이 생각났을때 자체적으로 B 정도의 재미인지 A+ 정도의 재미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만 결과는 사람들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B정도만 넘으면 얘기하는 편인데, 뭐랄까 요즘에는 D정도의 반응이 오면서 그런 얘기를 듣게 되어서...


아무래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내가 흐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듯하다. 나는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농담은 원래 잘 못하고, 그 자리에서의 이야기의 흐름과 지나쳐왔던 소재를 적절히 조합해서 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내 농담은 그 순간에서는 재미가 있었을지라도 그 자리가 지나고나면 대개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흐름이나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떨어진듯하다. 근데 떨어진 이유는 잘 모르겠으니 말(과 댓글)을 좀 줄여보려고 한다. 내가 개그맨도 아닌데 무리해서 얘기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난 듣는걸 잘하는 편이니까. 아 그리고 장소도 좀 가리자... SNS에는 경계라는게 틀림없이 있는데도 한순간에 없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장소를 못 가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듯 하다. 일단 농담은 내 포스팅 위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