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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scribable Place
어느 날, 접속자가 꽤 되는 어느 사이트에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 나는 리플러다. 리플을 다는 사람. 요즘 세상에 인터넷하는 사람치고 리플을 달아본 적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리플러라고 칭하고 싶다. 나는 그 만큼 리플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 원칙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첫째, 리플은 최대한 짧게. 리플은 본문의 내용을 보조하거나, 본문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든지, 간단한 유머, 등등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이상으로 긴 리플을 달아서 본문을 해치는, 즉 본문을 작성한 사람에게 무례가 되는, 그런 행동은 삼가해..
그는 가만히 누워서 그게 언제적 일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대충 2주전의 일이었다. 그가 새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괜찮은 집이었다. 대중교통도 가까운 편이고, 볕도 잘 들었다. 가격도 그만하면 적당했다. 그는 당장 전세계약을 하고, 이사를 마쳤다. 방은 최대한 심플한 컨셉으로, 거의 장식을 하지 않았다. 그림이 멋진 달력 하나 정도. 블라인드도 달지 않았다. 창문 바깥은 탁 트인 공간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새집에 적응을 했고, 그 다음 일주일은 회사에서 계속 야근을 했다. 집에는 잠시 들러서 옷만 갈아입는 정도. 오늘에야 겨우 짬이 생겨 집에와서 자리에 눕게된 그는, 아무래도 블라인드를 달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달이 밝았던 것이다.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더..
는 부사로서 '정도에 지나치게' 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커피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다' 라든가 '이 문제는 너무 어렵다' 라는 식으로 '- 그래서 좋지 않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꺅- 나 누구누구 너무 멋져-' 라든가, '사장님 오늘 옷이 너무 멋지십니다-' 라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의도로 썼다고 한다면 틀린 표현이 아니다. '나 누구누구가 정도에 지나치게 멋져서 안 좋은것 같다' 라든지, '사장님 오늘 옷이 좀 지나치게 멋지시네요. 좋지 않습니다' 등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면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하겠다. 다만 너무라는 단어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쓰는 것과, 그냥 '많이' 정도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만 알..
그는 창문을 활짝 열고 중얼거렸다. "가을인가..." 그가 여름내내 바랬던 일은 가을이 오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그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인 그는 여름만 되면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땀을 한바가지 흘리곤 했고, 비마저 싫어하기 때문에 장마로 가득한 여름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작년 여름에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어지던 여자와 헤어진 후로는, 여름이라는 단어에 일말의 정을 줄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가을이다!' 라고 외쳐보았지만 되돌아 오는 것은 후덥지근한 열기이거나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방울뿐이었다. 결국 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한 그는 정신없이 지내기로 결심했다. 미뤄두었던 모든 일들을 꺼내서, 아침부터..